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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

넘치는 건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 - 영화「갈증(渇き)」

출연진이 대단하다!


 

<익숙한 얼굴이 많을수록 기대감이 커진다.>                           


 영화 갈증(渇き) 후카마치 아키오(深町秋生) 소설 끝없는 갈증(果てしなき渇き) 원작으로 영화다. 끝없는 갈증 전직 형사였던 아버지가 실종된 딸을 찾아 나서면서 벌어지는 잔혹한 참상과 딸의 잔악한 면모를 확인하는 이야기를 다룬 미스터리 소설로 2004 3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소설이 영화화가 된다는 소식이 들렸을 당시 적잖은 영화 팬들의 관심이 쏠렸다. 고백(告白),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嫌われ松子の一生)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영상미를 보여주었던 나가시마 데쓰야(中島哲也)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것이다. 전작들에서 개성 넘치는 연출로 자신만의 색깔을 확실히 보여주었던 나가시마 감독이 이번엔 어떤 비주얼을 관객들에게 선사할지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렇지만 영화, 감독의 이름값만이 아니다. 출연하는 배우들도 화려하다. 댄스?(Shall We Dance?)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익숙한 야쿠쇼 고지(橋本公司) 주연을 맡고, 곡성에서 의미심장한 외지인 역할로 깊은 인상을 주었던 쿠니무라 (國村), 그리고 이제는 다른 수식어가 필요 없는 오다기리 (小田切) 출연한다. 이외에도 유망주 하시모토 아이(橋本愛) 조연을 맡고 모델로서 입지를 다진 고마쓰 나나(小松菜奈) 처음 스크린에 데뷔한다. 베테랑부터 루키까지 총출동한 올스타전이라고 불러도 손색없는 라인업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개성 확실한 감독과 올스타 배우들이 모인 영화, 과연 개봉 기대감을 충족시켰을까?


 장점도 단점도 나가시마 데쓰야


 나가시마 감독의 영화가 하나 같이 감독의 색채가 진하게 베어 나오듯이 이번 갈증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갈증에선 색이 강렬하다 못해 냄새까지 새어나오는 같다. 나가시마 감독의 냄새는 강하게 코를 마비시킨다. 그의 개성 강한 색과 냄새는 강력하게 휘몰아 관객을 사로잡는다. 그의 특기인 화려한 미장센과 감각적인 영상미는 여전했다. 야쿠쇼 고지가 닛산 5세대 글로리아를 타고 딸을 찾아나서는 오프닝 시퀀스는쌈마이 B 정서를 물씬 풍기게 했고, 극중에서 고마쓰 나나를 동경하는 과거 시점과 딸을 찾아나서는 아버지의 현재 시점을 교차함으로써 사라진 딸의 진상을 더욱 잔악하게 그려냈다. 영상 연출 하나는 굵직굵직하여 눈은 지루하지 않았다. 거기에 더해 배우들의 연기 또한 매우 좋다. 야쿠쇼 고지는 모든 것이 파탄 나버린 분노조절장애 아버지 역을 메서드 연기로 분해 강한 인상을 남겼고 신인 고마쓰 나나는 이중성을 가진 신비로운 미소녀 이미지를 훌륭히 연기해냈다.   


 그러나 앞서 말한 나가시마 감독이 풍기는 냄새는 중반을 넘어서서는 악취가 돼버렸다. 굵직굵직한 연출도 남발되어 관객들은 쉬이 지쳐간다. 그러나 관객은 저리에서 일어날 없다. 딸이 대체 어디 있는지가 궁금하기 때문이다. ‘내가 딸이 어디 있는지는 보고 만다.’라고 오기를 부리는 관객의 의자는 어느새 밧줄로 꽁꽁 묶여있다.  



                

<관객 머릿속은 혼돈! 파괴! 불만!>


 영화가 중반에 접어들면서 갈증에서 나가시마 감독의 개성은 너무 과했다는 느낌을 준다. 전작 고백에서 잔잔한 음악과 슬로우 모션을 통해서 차가운 느낌으로 폭력을 연출했던 나가시마 감독은 갈증에서도 폭력을 중점적으로 영화를 풀어나간다. 이번에는 고백과는 반대로 터지고, 깨지고, 박살나고, 난잡하고, 지저분하고, 자극적인 폭력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것만 나온다. 감독의 집착에 가까운 폭력 묘사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없이 계속된다. 피가 분수처럼 튀고, 차에 치어 사람이 날아가는 과장된 폭력 묘사가 계속되지만 여기서 타란티노의 킬빌(Kill bill 같은 통쾌함을 기대하면 실망감이 것이다. B 냄새는 오프닝까지 만이다. 

 

 이러한 과도한 폭력 묘사가 제대로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이유는 플롯과의 불협화음이 가장 것이다. 기본적으로 실종된 딸의 행방에 대한 미스터리의 무거운 공기가 서린 플롯에, 피가 바닥에 튀고 벽에도 튀는 정신없는 묘사는 스테이크 하우스에서 설렁탕을 먹는 것과 같은 이질감을 느끼게 하고 영화에 쉬이 집중하지 못하게 한다. 이런 폭력에 대한 과한 집착 때문에 인물에 대한 세부 묘사는 깡그리 무시됐고 덕분에 등장인물들 모두가 단순히 욕망을 갈구하는 광기어린 캐릭터로 그려진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그렇다면 무엇에 대한 갈증인가?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 같이 욕망에 목말라 한다. 주요 인물들만 추려서 살펴보자. 딸을 찾는 아버지 아키카즈는(야쿠쇼 고지役) 이빨 빠진 아버지이다. 아내와는 불륜으로 이혼했고 직장에서도 사고를 해고당했다. 지금은 작은 원룸에서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고, 정신과 상담을 받으면서 살아간다. 그런 아키카즈가 원하는 것은 무너진 가정을 재건하는 것이다. 그는 꿈속에서 단란한 가정이 행복한 일상을 보내는 텔레비전 광고를 본다. 사라진 딸을 찾는 것은 아버지의 존재감을 다시금 살리는 좋은 계기가 것이다. 


 부패한 경찰 아이카와(오다기리 조役) 사람을 죽이는 살인청부업자다. 뒤에서 몰래 사람을 죽여서 받는 돈으로 가정을 이끈다. 언뜻 보면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 어쩔 없이 살인을 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나중에는 자신에게 지시를 내리는 고용주도 죽인다. 그리고 아내가 자신의 정체를 알았을 , 자신에게 침을 뱉은 아내를 망설이지 않고 총으로 쐈다. 그는 살인이 좋다.


  따돌림을 당했다. ‘인간이 체질에 맞는그를 구한 것이 가나코다. ‘ 가나코에게 연심을 품는다. 가나코의 신비스런 미소를 보고 싶어 그녀에게 접근한다. 가나코는 파티에 초대한다. ‘ 그곳에서 성폭행을 당한다. 가나코는 이용했다. 이제 가나코가 증오스럽다. ‘ 가나코를 죽이기 위해, 자신을 가지고 놀은 이유를 묻기 위해 야구 방망이를 들고 집을 나온다. 

 

 가나코는 이런 인물들의 욕망이 모이는 교차점의 역할을 한다. 그녀와 직간접적으로 엮인 사람들은 모두 기구한 운명을 맞게 된다. 영화는 곧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인용하는데, 이에 빗대자면 가나코는 토끼이고, 그녀에게 이끌린 사람들은 앨리스인 것이다. 앨리스가 빠진 구멍은 바닥이 보일만큼 깊은 구멍

이다. 그곳에서 끊임없이 욕망을 갈구해도 얻는 것도 남는 것도 없다. 겨우 도착한 구멍의 밑바닥. 느껴지는 허무뿐이다.   

  

 

< 빠지면 멈추지 않아요.>



 이런 인간군상의 모습이 선인지 악인지는 없다. 어찌 보면 착한 것인가 나쁜 것인가를 가리는 것도 무의미 일이다. 욕망이란 것은 모두가 가지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을 갈망하고 갈망하다보면 끝에 남는 것은 허무이다. 가나코를 쫓고 쫓아 아키카즈가 도착한 곳은 아무 것도 없는 설원이었다. 


 이런 사람에게 추천


  흔히 영화를 보고나서이야, 영화가 퍼즐 같은 맛이 있네.’라고 말하곤 한다. 영화가 관객에게 전하려고 하는 메시지를 친절히 모두 설명해주지 않고, 영화적 요소에 녹여 관객으로 하여금 그것을 읽어내게끔 하는 영화를 흔히퍼즐 같은 영화라고 한다. 하지만 이야기를 그대로 갈증 적용시키기는 조금 어려울 같다. 갈증 완성하기까지의 조각이 퍼즐보다 많이 필요하고, 완성했을 때의 모습이 만드는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따라서퍼즐보다는레고 블록같은 영화라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관객들마다 서로 다른 결론에 도달하고, 저마다가 찾는 나름의 대답이 다양하게 존재할 있다. 필자는 인간의 욕망이라는 면에 중점을 맞추고 영화를 보았지만, 어떤 이는 그와는 다른 면을 보고 갈증이란 작품을 읽어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레고 블록같은 영화가 갈증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영화와 갈증 차별화 되는 것은 관객이 가지고 있는 레고 블록을 나가시마 감독이 열심히, 많이 준비했다는 점이다. 개중에는 나가시마 감독의 개성이 짙게 특이한 모양의 부품이 다소 있겠지만, 자신만의 답을 내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갈증 감상 해보는 것도 나쁜 선택이 아닐 것이다.     


연동엽(日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