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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

요네자와 호노부로의 초대

 

 

 

 

  지금 요네자와 호노부가 뜨겁다!

 

한국의 서점을 가 본 사람이라면 다음의 이야기에도 충분히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한국에서는 서점에 들어서면 먼저 카운터가 있고 그 근처에 이달의 신간 혹은 베스트 셀러 코너가 있다. 혹은 그때의 유행이나 계절에 따라 따로 꾸며진 코너가 나와있기도 하다. 그리고 그 옆에는국내소설국외소설그리고일본소설로 코너가 나누어져 있으며 그 외에는 분야별로 책이 나뉘어져 있다. 그 중에서 특히 일본소설 코너는 다른 어떤 외국 소설보다도 여전히 인기를 누리고 있고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일본소설이 일정한 수 이상을 점하고 있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각주:1]

 

특히 일본소설 코너에 가면 히가시노 게이고미야베 미유키의 책은 꼭 놓여있다. 다른 일본 작가들의 추리소설까지 더하면 일본소설 코너의 최소 3분의 1 이상에서 많게는 절반까지 추리소설이 차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에도 요코미조 세이시의 책이 하나 둘 번역되어 나오고 있으며 올해는 일본 추리소설의 아버지 에도가와 란포의 사후 50주년을 기념하여 그간 시리즈로 정리되지 않았던 그의 작품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그리고 앞서 열거된 작가들에 비해 인지도는 아직 낮을지 모르지만 엄청난 속도로 한국에 번역 출간되고 있는 일본 추리소설 작가로 요네자와 호노부가 있다.

 

요네자와 호노부를 잘 모른다면 애니메이션<빙과(氷菓)>는 어떨까?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추리 애니메이션으로 요네자와의 데뷔작이자 첫 연작 <고전부 시리즈> 4번째 권까지를 애니메이션화 한 작품이다. 제작은 쿄토 애니메이션으로 2012년에 22부작으로 인기리에 방영되었다. 특히 한국에서는 요네자와 호노부에 대해 애니메이션<빙과(氷菓)>를 기점으로 인기가 상승하였고, 출판사에서도 이를 캐치하여 그의 19작품 중 약 10작품이 2013년부터 현재까지 약 4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번역 출간되었다.

 

 

 

 

물론 애니메이션의 선전도 있었지만 요네자와 호노부의 작품의 힘은 일본에서도 손에 꼽는 미스터리 부문 랭킹 네 곳에서의 순위 변화를 통해 뚜렷이 나타난다.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주간문춘 미스터리 베스트10「본격 미스터리 베스트10」 「이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에서 2005년 『안녕 요정(さよなら妖精)』을 시작으로 순위에 오르기 시작하였고 다음해부터 10위권 내외 혹은 5위권 내외까지 오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2011년부터 『부러진 용골(れた竜骨)을 기점으로 각종 순위권에서 1위 혹은 2위를 하기 시작하였다. 2015년과 2016년에는 『야경(満願)』 『왕과 서커스(とサカス)』로 2연속 3관왕을 이루었으며 『야경(満願)』은 제151회 나오키상 후보에 오르는 등 눈부신 활약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한국과 일본 양쪽 모두에서 주목 받고 있는 요네자와의 작품에는 앞서 언급되었던 에도가와 란포, 요코미조 세이시, 히가시노 게이고, 미야베 미유키와는 다른 그만의 특징을 갖고 있다. 그 특징은 <고전부 시리즈>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이후 작품에서도 약간씩 달리하며 그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다. 그 특징이란 크게 텍스트 크리틱(text critique)’, ‘일상의 수수께기(日常)’, ‘청춘 미스터리(青春ミステリ)’로 나눌 수 있다.

 

 

 호노부를 읽는 세 가지 비법!

 

 

 

 호노부를 읽는 열쇠1- 텍스트 크리틱(texte critique)

 

무릇 탐정이라면 흩어진 단서를 모아 추리하여 진실에 다다른다. 그 단서란 범인이 사용한 도구일 수도 있고, 범인의 발자국이나 머리카락일 수도 있으며 목격자의 증언일 수도 있다. 반면 요네자와의 작품에서 중요한 단서는 텍스트이다. 본래 텍스트 크리틱(texte critique)이란 유럽권에서 발달한 것으로 문학을 과학적 학문으로 접근하는 문예학의 하나이다. 문예학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분석과 해석의 중심대상이 되는 것은 언제나 작품 혹은 텍스트이다. 이때 텍스트의 신빙성은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전제이다. 간혹 원작자가 직접 수정하였거나 인쇄 전에 의도치 않게 변경되었거나 오식이 들어가는 등 종종 서로 어긋나는 판본들이 생겨난다. 이때 신뢰할 수 있는 텍스트란 무엇일까? 이를 찾기 위해 다각적이며 과학적인 방법으로 접근하는 것이 텍스트 크리티크이다.

 

여기서 크리티크(비평)이라는 개념은 텍스트 생성전승과정에서 생성된 다양한 텍스트 전달매체를 파악하고, 발생학적 순서에 의해 생성사와 전승사를 밝혀내며 이 과정에서 생긴 변화를 조사분석해, 오류에 의한 텍스트 손상을 제거하고 의미 있는 텍스트 변화를 조사, 기록한다는 의미이다.[각주:2] [각주:3] , 요네자와의 작품에서는 텍스트 크리티크를 통하여 단서라 여기지 않았던 텍스트의 재해석을 통해 숨겨진 단서를 찾아내고, 때로는 텍스트 내용만이 아니라 텍스트 매체의 상태나 저자의 심리 등에서 단서를 유추하여 추리한다.

 

 

 호노부를 읽는 열쇠2- 일상의 수수께끼(日常)

 

요네자와의 또 다른 작품 특징 중 하나는 일상의 수수께끼(日常)’이다. 기타무라 가오루의 『姫君』에서 영향을 받은 요네자와는 기타무라를 시작으로 하는 일상의 수수께끼를 주로 써 나가게 된다. 미스터리라고 하면 살인사건이 기본이라 생각되지만 현대 일본 미스터리에서는 살인을 다루지 않는 작품 계보도 있다. 매일의 삶 속에서 굴러다니는 작은 수수께끼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어 거기에 생각지 못한 진상을 읽어내는 이 작풍을 일상의 수수께끼파라고 부른다.[각주:4] 특히 <고전부 시리즈> 중 네 번째 권인 『멀리 돌아가는 히나(まわりする)』의 「기억이 있는 자는(あたりのある)」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방과 후 교감 선생님의 “10 31, 역 앞 고분도에서 물건을 산 기억이 있는 자는 지금 즉시 교무실 시바자키한테 와라."라는 한 줄의 방송을 듣고 텍스트 크리티크의 방법으로 경찰이 관여될 정도의 범죄였다는 진상까지 도달하는 내용이 그러하다. 이처럼 일상의 아무래도 좋은 작은 수수께끼에서 생각지 못한 진상을 읽어내는 것을 일상의 수수께끼라고 한다. 이 작품의 경우 약 20장 정도로 짧게 정리되는 이야기이며 한 줄의 문장이라는 텍스트를 통해 추리를 이어나간다. 이처럼 요네자와의 대부분의 작품은 작은 일상의 수수께끼가 계속되는 사이 텍스트 크리티크의 특징이 섞여 장편으로 쓰여진다.

 

 

 호노부를 읽는 열쇠3- 청춘 미스터리(青春ミステリ)

 

앞의 서술에서 요네자와의 작품에서는 텍스트 크리티크와 일상의 수수께끼가 서로 뗄 수 없는 관계로 밀접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상에서 지나칠 수도 있는 작은 의문에서 하나씩 텍스트 크리티크의 방법으로 진상을 밝혀가고, 그 작은 일상의 수수께끼가 쌓여 모두 하나의 실에 꿰뚫리며 큰 사건을 밝혀내게 된다. 그리고 여기서 요네자와의 또 다른 특징인 청춘 미스터리(青春ミステリ)’가 나타난다. 앞선 방법으로 알아낸 사건의 진상은 차라리 모르는 편이 아름답게 남았을 사건으로, 실은 검고 무거운 사실을 근원으로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여기서 오는 씁쓸한 결과는 그저 단순히 진상이 밝혀지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등장인물들에게 새로운 깨달음을 주며 성장을 재촉한다.잿빛 고교생활과 장밋빛 고교생활이란?’ ‘자신의 재능이란?’ ‘타인과 나의 거리란?’ 이라는 질문을 던져준다. 그리고 독자들에게도 마냥 수수께끼 풀기에 그치지 않고 등장인물들과 함께 생각해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정신 없이 추리를 읽어 나가다가 마지막에는 인물들의 고뇌와 함께 짙은 여운을 준다.

 

 

 

당신은 어느 쪽 : HOW + WHY +  α

 

 

일본의 추리소설의 작풍은 크게 에도가와 란포와 요코미조 세이시와 같이 트릭에 집중하는 본격추리소설의 HOW의 성향이 짙은 작품과, 히가시노 게이고와 미야베 미유키와 같이 독자들에게 생각해볼 여지를 주는 WHY의 성향이 짙은 작품으로 나눌 수 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요네자와의 작품은 전자의 트릭에 집중하는 성격과 후자의 독자들에게 생각해볼 여지를 주는 성격, 그 모두를 갖추고 있다. 또한 텍스트 크리티크와 일상의 수수께끼를 혼합하여 문예학의 기술과 사소설적인 기술이 합쳐지며 새로운 청춘 미스터리라는 것을 탄생시켰다. 추리의 방법으로는 문예학적인 방법에 머물러있던 텍스트 크리티크로 단서를 읽어내고, 수수께끼를 푸는 과정에서 일상에 숨겨진 어두운 면을 통하여 등장인물과 독자에게 생각할 여지를 남겨준다.

 

따라서 요네자와의 작품은 HOW WHY뿐만 아니라 HOW(텍스트 크리티크) WHY(일상의 수수께끼)가 합쳐져 α(청춘 미스터리)가 생겨났다고 할 수 있다. , 추리소설에 문예학적인 방법인 텍스트 크리티크의 기술법을 더하는 것으로 추리에 고전적인 면을 살리고 일상의 어두운 면을 밝혀내는 것으로 등장인물들의 갈등과 성장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 결과, 청춘 미스터리라고 불리게 되었다. 이것은 HOW WHY를 충족시키면서 지금까지 대중문학으로 분류되어 오던 미스터리를 순문학의 카테고리에 걸치게 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박수연(日4)

 


 



  1. 박진수, 「일본학 관련 대학 및 학과의 현황과 전망」, 일본학보, 2013, p.84. [본문으로]
  2. 노태한, 『독일문예학개론』, 한국학술정보㈜, 2007, pp.44~47 참조. [본문으로]
  3. 이승진, 「텍스트 비평의 이론과 실제」, 외국문학연구, 2013, p.355 참조. [본문으로]
  4. 米澤穂信, 『さよなら妖精』, 東京創元社, 2006, p.355.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