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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

언어의 정원 (The Garden of Words, 言の葉の庭) - 신카이 마코토, 그가 만들어낸 美의 절정 -

 신카이 마코토는 누구인가?

 

  애니메이션 감독인 신카이 마코토는 "빛의 마술사", "차세대 미야자키 하야오", "배경왕"등으로 불리며 수많은 매니아를 지니고 있다. 섬세한  감정선과 영상미를 지닌 그의 작품은 그 매니아들을 불러모으는 매개체이다. 속 시원하게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잔잔히 흘러가는 감정과 스토리는 대사 한 마디, 소리 하나하나를 예술로 만들어 낸다. 이런 그의 작품인 <별의 목소리>(2002),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2004), <초속5센치미터>(2007), <별을 쫓는 아이: 아가르타의 전설>(2011), <언어의 정원>(2013), <너의 이름은>(2016, 한국 2017. 1월 개봉 예정) 중에서도 <언어의 정원>은 현실적이고 섬세한 영상과 감정선으로 유명하다.


 단순한 사랑이야기 일까?


  <언어의 정원>에는 남자 주인공인 아키즈키와 여자 주인공인 유키노가 나온다. 아키즈키는 15살 소년이고, 유키노는 27살로 아키즈키가 다니는 고등학교 고전문학 선생님이다. 교사와 제자, 꿈을 쫓는 소년과 일련의 사건으로 방황하는 여인이 만나 교감하는 이 이야기는 현실적인 결말을 보여주는데 이 덕분에 좀더 깊은 여운을 준다.


 비오는 날 아침 아키즈키는 공원에서 유키노를 만나고, 유키노에게 어디선가 본적이 있지 않냐는 질문을 한다. 그러자 유키노는 자신을 알아볼 힌트로 시구를 읊기만 할 뿐 별다른 답을 주기 않는다. 그 후 둘은 비 오는 날 아침이면 항상 그 공원에서 마주치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도시락을 함께 먹기도 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가 비가 내리지 않는 날만이 계속되고 두 사람은 각자의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중 두 사람은 학교에서 마주하고, 아키즈키는 유키노에게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들을 모두 알게 된다. 그리고 두 사람은 맑은 날 공원에서 다시 마주하게 되는데 그 때 아키즈키는 이전의 시구의 답가를 전한다. 공원에서 이야기를 하던 둘은 갑자기 비가 내려 유키노의 집으로 가게 된다. 그곳에서 식사를 하고 즐겁게 이야기하다가 아키즈키는 유키노에게 고백을 하지만 거절당하고 유키노의 집을 나선다. 혼자 남겨져 울던 유키노는 아키즈키의 답가를 떠올리고 쫓나 내려가 마주한다. 그 후 두 사람은 제자리를 찾아가 각자의 생활을 하지만 이전처럼 방황하지는 않는다.


 판타지속에 나타난 현실


 이러한 현실적인 방황과 결말을 <언어의 정원>은 영상, 소리, 언어를 활용하여 아름다움의 절정으로 만들어 낸다. 일본 특유의 분위기라고 할법한 잔잔한 아름다움은 그가 만들어낸 영화에서 그만의 분위기, 그만의 아름다움으로 변화한다.


 



 신카이 마코토가 만들어낸 영상은 말 그대로 섬세하다. 그래서 현실 풍경과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현실적이다. 화려하고 터무니 없는 판타지와는 다르다. 영화를 보다 보면 그 풍경들에 저절로 감탄이 나올 정도다. 빗줄기 하나, 나뭇잎 하나, 눈송이 하나, 건물 하나를 빼먹지 않고 그 모든 흔들림을 잡아낸다. 이 영상이 애니메이션이였구나를 도중에 깨닫는 것은 인물을 보았을 때뿐이다. 영상의 아름다움이 압도하는 애니메이션, 그것이 <언어의 정원>이 가진 큰 특징 중 하나이다.


 <언어의 정원>을 보고 기억에 남는 것 중 또 하나는 '빗소리'이다. 이 영화의 OST로 유명한 'Rain'은 분명 영화와 어울리는 소리였지만, 이보다도 영상에 어울리고 없어서는 안될 것은 '빗소리'였다. 필자는 처음으로 '빗소리'를 듣고 편안함을 느꼈다. 일반적인 이미지를 뛰어넘는 아름다움은 '일반적'이란 것을 쓸모 없는 것으로 만들었다. 비가 주는 싸늘함은 이 애니메이션 그 어디에도 없었다. 추운 날, 싸늘한 날, 흐린 날이 이토록 따뜻한 날임을 알려주는 이상한 영화, 햇빛을 쐬는 것이 아니라 빗소리를 듣고 싶게 하는 영화, 그것이 <언어의 정원>이었다.


 <언어의 정원>에서 빠질 수 없는 것, 그것은 '언어'이다. '만요슈(万葉集)'라는 지루하기 짝이 없는 고전을 현대에 와서 어떻게 이렇게 아름답게 풀어낼 수 있었을까?

 

                           

 鳴る神の少し響みて、さし曇り、雨も降らぬか、君を留めむ。

 鳴る神の少し響みて、降らずとも、我は留まらむ、妹し留めば

천둥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오고, 구름이 끼고, 비라도 와준다면, 그대가 돌아가지 않도록 붙잡으련만.

천둥소리만 희미하게 들리고, 비가 내리지 않는다 해도, 나는 머무를 겁니다, 당신이 붙잡아준다면.


  학생과 교사의 표현 못할 감정, 외로운 사람의 감정. 이처럼 섣불리 말하기 힘든 감정을 '와카(和歌)' 하나로 매듭지었다. 감정의 치유와 전달을 보다 섬세하게 하나의 어구로 해결하는 신카이 마코토의 아이디어는 그의 재능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끝맺으며

 

 신카이 마코토의 다름 작품들에 나오는 비현실적인 요소 없이 그려낸 이야기는 섬세하며 현실적이었다. 그리고 그 만큼 여운을 남긴 작품이기도 하다. 현실에 존재하는 아름다움을 애니메이션에서 성공적으로 그려낸 신카이 마코토. 그는 <언어의 정원>으로 판타자만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애니메이션이 끝나고 멍하게 음미하는 감정은 그야말로 평화로움 자체였다. 두고두고 곱씹고 싶은 여운이였다. 또한, 시각과 청각 그 무엇도 빠지지 않는 영상과 감성, 다시금 보고 싶게 하는 아름다움. 그것이 <언어의 정원>을 더욱 의미 있는 작품으로 만들었다. 현재 일본에는 개봉했지만 아직 한국에선 개봉하지 않은 <너의 이름은>안에서 신카이 마코토는 또 어떤 영상을, 감정을 보여줄까? 또 다른 절정을 기대하며 그의 다음 작품을 기다려 본다. 


이효진(日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