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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

<페르소나 5>가 비추는 마음 속 욕망의 모습


 

                                                                


마음의 이야기

 

-Role Playing Game, 플레이어가 게임 속 캐릭터의 역할을 연기하며 즐기는 수행 게임-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RPG의 풀 네임이다. 많은 비디오 게임 장르들 중에서도 상당한 지분을 자랑하는 RPG는 지금까지도 다양한 게이밍 플랫폼 속에서 <포켓몬스터>, <다크 소울>, <파이널 판타지>등의 작품으로 소비자를 맞이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 독특한 개성을 가진 RPG <페르소나5>가 소비자의 마음의 문을 두드린다. -가면을 뜻하는 동시에 개개인의 자아와 심리를 상징하는 단어, Persona (페르소나)- 이를 제목으로 채택한 게임답게, <페르소나5>를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마음의 이야기’이다. <페르소나5>는 용사가 세상을 구하기 위해 동료와 함께 던전에 뛰어들어 보스를 처치한다는, 우리가 알고 있는 뻔한 클리셰를 따르는 한편 이를 위한 전개 방식은 기존과 다른 것을 택한다. 바로 ‘일상’과 ‘비일상’의 조화이다. <페르소나5>는 평범한 고등학생처럼 친구와 놀거나 아르바이트와 같은 이벤트로 시간을 보내는 일상 파트와, 던전에 들어가 몬스터를 처치하는 비일상 파트로 나뉜다. 특별히, 이 비일상 파트는 작 중 ‘팰리스’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누명을 쓰고 도쿄로 강제전학을 간 주인공은 이상한 꿈을 꾸고, 등교 전 날 휴대폰에 낯선 어플리케이션이 설치되어 있는 것을 확인한다. 등굣길에 우연히 그 어플리케이션을 실행하자 세계가 어그러지고, 학교는 성으로 변해있었다. 성의 감옥에 갇혀 있던 말하는 고양이는 그 성이 ‘팰리스’라고 말한다.

 

‘팰리스’란?

 

<페르소나 5>에는 ‘팰리스’라는, 아주 특별한 이공간이 등장한다. 팰리스에 들어가면 입고 있던 옷이 마치 코스프레 의상처럼 바뀌고, 가면을 쓰게 된다. 그리고 소환수 ‘페르소나’를 사용할 수 있다. 이 페르소나는 주인공의 분신으로서 적을 해치울 수 있는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다. 팰리스는 이른바 마음 (욕망)의 모습이다. 사람은 모두 욕망을 가지고 있다. 욕망이 없는 사람은 살아갈 의욕을 얻지 못하여 최악의 경우 죽을 수도 있다. 필수불가결한 욕망, 그러나 몇몇 사람들은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는 욕망을 실현하고자 한다. 이것이 행동으로 나타날 때 욕망은 실체화되어 ‘성’의 형태로 나타난다. 이것이 바로 팰리스이다. 팰리스는 주인공 휴대폰 속 정체불명의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접속 가능한 세계에서 나타난다.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팰리스가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슷한 크기의 비슷한 욕망을 지녔기 때문에, 보통의 대중은 공동의 팰리스를 공유한다. 그들 중에서도 특히 성공한 악인들, 성공했지만 욕망을 멈추지 못하고 부당한 방법까지 사용하는 이들이 팰리스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들이 작중 주인공과 대적하는 악인이다. 팰리스가 있는 한 악인의 악행은 끊이지 않고, 팰리스 안에서의 악역은 ‘왕’과도 같다. 다만, 이렇게 공고해보이는 팰리스에도 약점은 있다.


‘보물’이란?

 

모든 팰리스에는 팰리스를 이루는 보물이라는 핵이 존재한다. 이 보물이 없으면 팰리스는 존재할 수 없다. 보물이 사라지면 팰리스는 무너지고, 악인의 뒤틀린 욕망도 사라진다. 악한 욕망이 소멸하면 그의 악한 마음도 같이 사라지지만, 악인이 지금까지 저지른 일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악인은 죄책감을 견디지 못하고 자신의 과오를 직접 고백한다. 개심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악인이 갖고 있는 보물들은 특이한 양상을 보인다. 플레이어가 팰리스 속에서 맞이하는 보물의 정체는 대개 악인이 사회 초년기에 정당한 방법으로 얻은 결과물이거나 어릴 적 장래에 영향을 줬던 장난감이다. 게임 속 첫 번째 에피소드를 예로 들면, 과거 국가대표 배구선수로 명망이 높았던 고등학교 체육 교사 카모시다 스구루는 자신이 지도하는 배구부의 커리어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육상부의 에이스로 활동하던 학생의 다리를 부러뜨리고, 배구부원들을 훈련이라는 명목  혹사하며, 배구부원들의 출전권을 미끼로 여학생들을 성추행 하는 저질 교사다. 그러나, 그의 저급한 욕망으로 인해 나타난 팰리스 속의 보물은 바로 올림픽 금메달이다. 올림픽 금메달은 그가 운동선수로서 달성 할 수 있는 가장 큰 영광의 결정체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페르소나 5>에서 보물, 즉 욕망이 던지는 역설이 무엇인지 유추할 수 있다.

 

욕망의 이중성?

 

작중 등장하는 악인들은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그들의 업적이 널리 알려진 유명인이거나 명예로운 직업을 가지고 있는 기득권 세력이다. 그들은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악행을 저지르거나, 사리사욕을 위해 타인에게 피해를 주기도 한다. 욕망이 부정적 방향으로 촉발된 사례이다. 하지만, 욕망이 없었다면 카모시다가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보물을 획득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인생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목표 또한 달성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욕망은 이렇듯 개인과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한편 너무 커다란 욕망은 개인과 사회를 병들게 하기도 한다. <페르소나 5>는 팰리스와 보물의 존재를 통해 이러한 사실을 환기하고 있다.

 

실제 사회 속 ‘팰리스’의 주인들 

 

사실 <페르소나 5>속 이야기는 우리의 삶과 그리 멀지 않은 이야기이다. 작중 배경이 가상 지형이 아닌 시부야를 중심으로 한 도쿄로 설정한 것도 <페르소나5>가 실제 사회 속 부조리를 비판하기 위해 리얼리티를 추구 한 것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특히 작중 첫 번째 악인인 카모시다 스구루는 일본 유도 메달리스트 우치시바 마사토가 미성년 제자를 강간한 사건과, 같은 해에 오사카 고등학교 농구부에서 가혹한 체벌 탓에 자살한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고 한다. 유력한 대권주자로 손꼽히던 안희정의 성폭행 의혹은 이러한 사회 속 부조리가 비단 일본에 한정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한국 또한 부정과 부패가 넘치는 <페르소나5> 속의 시부야, 나아가서는 일본과 그리 다르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작품은 ‘욕망은 잘못된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다. <페르소나5>에는 수많은 인간군상과 욕망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모든 욕망들이 팰리스를 구현시키거나, 팰리스가 반드시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다. 게임 내에는 정당한 방법으로 목표한 바를 이루는 캐릭터도 존재한다. <페르소나5>는 여기서 다시 플레이어에게 중요한 사실을 상기시킨다. 욕망 자체는 살아가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본능과도 같은 것이다. 우리에게는 어떤 욕망을 실현할 것인지, 그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어떤 수단을 선택할지에 대한 고민만이 남는다.




 타인의 마음을 바꾸는 것은 과연 옳은 일인가?

 

<페르소나 5>에 등장하는 팰리스는 사람의 심리와 마음을 나타낸 장소이고, 이 장소의 핵을 게임에서는 ‘욕망의 결정체’라고 정의한다. 인간의 마음은 곧 욕망이며, 욕망이야말로 인간의 모든 감정, 자아의 근원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다양한 욕망이 부딪히는 상황과 ‘나쁜 욕망’ 탓에 망가지는 세계를 주인공들은 ‘좋은 욕망’을 통해 구하고자 한다. 그들이 선택한 수단은 그 사람의 마음에 들어가 마음의 모양을 이루는 욕망을 부수는 것이다. 타인의 마음을 멋대로 바꾸는 수단을 채택하고 있다. 이것은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작중 주인공들에게 열광하며 ‘이 나쁜 사람을 개심시켜 주세요!’라고 말하는 익명의 대중들처럼, 우리 또한 한 번쯤 저 사람의 마음을 바꿔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다. 세상을 구할 수 있다는 그럴 듯한 명분 또한 제시한다.

타인의 마음과 생각을 바꾸는 방법에는 다양한 것이 있다. 게임 속 주인공처럼 타인의 마음 속에 들어가 ‘있는 대로 뜯어 고치는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때려서 고치는 것보단 힘들지 모르지만, 현실에서도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충분히 있다. 일종의 세뇌와도 같은 ‘마음을 개심’시키는 것이 정말로 옳은 일인지는 게임을 즐기는 플레이어가 각자 결론을 내려야 할 것 같다. 

게임을 하는 동안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이게 정말 옳은 일일까? 이건 정당화 될 수 있는 걸까?’라는 물음에 대해 <페르소나5>는 답을 내려주지 않는다. 그러나 이 답이 없는 질문에 대한 찜찜함과 고민도 <페르소나 5>가 플레이어에게 남겨주는 커다란 매력이 아닐까.


( 진예은, 최원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