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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 이석의 일본서브컬처를 보는 눈

남장 여자의 모델은 남자가 아니다 데즈카 오사무(1928-1989)의 작품, 『리본의 기사』 (1953-56)는 남장 여자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키며 소녀만화 장르의 신기원을 열었다. 그 후, 남장 여자 캐릭터는 소녀만화에 빠져서는 안 될 요소로 자리 잡으며 소녀만화가 인기를 얻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나 데즈카 오사무라는 걸출한 천재만의 힘으로 남장 여자 캐릭터가 탄생한 것은 물론 아니었다. 『리본의 기사』의 남장 여자 캐릭터에게는 실재하는 모델이 있었다. 그러한 모델이 없었다면 아무리 데즈카 오사무라 하더라도 『리본의 기사』와 같은 작품을 창작할 수 없었을 것이다. 데즈카 오사무와 다카라즈카 가극단 그 모델은 바로 다카라즈카 가극단의 배우들이었다. 다카라즈카 가극단은 1914년에 창립한 뮤지컬 극단으로 배우 전원이 여성이기에 .. 더보기
여성이란 의상, 남성이란 의상 – 소녀 만화론 만화 캐릭터의 성별은? 만화 “보석의 나라”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될 당시, 원작자 이치가와 하루코가 애니메이션 감독에게 강조한 것은 주인공들이 “무성(無性, 여성도 남성도 아니다)”이라는 사실이었다. 이치가와에 따르면 보석을 의인화한 주인공들은 소년의 상반신에 소녀의 하반신을 지니며 어떠한 성(sex)도 갖지 않는다. 그러기에 애니메이션으로 만들더라도 캐릭터의 신체를 함부로 변형시켜 가급적 여성성이나 남성성을 드러내지 말라는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보석의 나라”의 독자들 중에서도 특히 여성 독자들이 작품 속 캐릭터의 모호한 성별에 매혹되었다는 사실에 있다. 예를 들어 anan이나 PASH!의 특집 기사를 살펴보면 “보석의 나라”의 성 구분법에 유독 주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치가와가 애니메.. 더보기
생물과 광물 사이 박물학의 스펙트럼 사실 생물과 광물을 엄격히 나누는 사고방식은 최근에 와서야 정립되었다. 생물학이란 말 자체가 1736년에 출간된 린네의 저서에서 파생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광물과 다른 체계를 지닌 자연물로 생물을 바라본지 채 300년도 흐르지 않은 것이다. 기우치 세키테(木内石亭, 1725-1808)의 雲根志 중에서 이렇게 과학이 출현하기 이전 인류는 생물과 광물을 이분법으로 구분 짓기 보다는 이들을 하나로 아우르는 박물학의 시각에서 자연을 접했다. 여기서 박물학이란 실험과 분석 보다는 경험과 기억을 통해 자연물의 생태를 기록하는 학문을 지칭하는데 박물학의 과거 서적을 살펴보면 광물로도 생물로도 분류하기 힘든 자연물들이 무수히 등장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실험도구와 공식이 아니라 육.. 더보기
시부사와 다츠히코의 장난감 대마왕 시부사와!? 시부사와 다쓰히코 (澁澤龍彦, 1928-1987) 만큼 일본 서브컬처에 깊은 울림을 남긴 이도 드물다. 일본의 유명 무크지에서는 작년에 그의 사후 30주년 특집호를 발간했는데 그 잡지에는 종교학자, 소설가, 패션 아티스트, 뮤지션, 평론가, 잡지 편집장 등 서브컬처 일선에서 활약을 펼치는 이름이 망라되어 있다. 이들의 연령도 다양하여 시부사와가 직접 가르쳤던 70대 불문학과 교수를 기점으로 시부사와를 대마왕이라 부르며 추앙하는 30대 인기 만화가에 이르기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는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출판된 지 4,50년이 지나도 시부사와의 책을 찾는 이들이 끊이지 않으며 시부사와가 주요 캐릭터로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이 이번 달에 개봉할 정도로 대중에 널리 알려져 있다. 시부사와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