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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신카이 마코토와 서브컬처

신카이 마코토를 통해 본 한국대중의 욕망


지구와 우주라는 초 장거리 연애를 감성적으로 풀어낸 <별의 목소리>부터 어느 날 한 여고생과 남고생의 몸이 뒤바뀌는 <너의 이름은.>까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사람과 사람의 가장 근본적인 애정을 독보적인 감성으로 그려왔다. 뿐만 아니라 이전의 여러 작품에서 <너의 이름은.>으로 이어지는 기로는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 또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 세계에 빠져들게 만든다.

 

재미없는 명작?

별의 목소리”(2002)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2004)초속 5센티미터”(2007)별을 쫓는 아이”(2011)언어의 정원”(2013)너의 이름은.”(2016) 이 모든 작품들 중에 졸작이 있을까? 오히려 모두 수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별의 목소리가 일본에서 개봉할 당시, 1인 제작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극장이 터져라 사람이 모여든 것을 보면 신카이 마코토는 그의 첫 작품부터 일본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러나 한편으로 <너의 이름은.>을 제외한 이전 작품들이 한국으로 왔을 때, 재미, 즉 한국의 문화 향유 계층들을 끌어들이는 오락성'이 얼마나 존재하냐 묻는다면 긍정적인 답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 

너의 이름은. 이전 작품들에 대한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대중 평점은 나쁜 편은 아니다. 호평 비율이 60%를 밑돌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너의 이름은. 페이지에서는 압도적으로 호평만을 찾아볼 수 있는데 반해, 그 이전 작품들에 대한 혹평은 호평만큼이나 찾아보기 쉽다. 최하점조차 스크롤을 조금만 내려도 어렵지 않게 보인다.



이른바 명작이라는 신카이 마코토의 모든 작품에 대한 혹평은 그러나, 한결같이 같은 소리를 하고 있다. 캐릭터가 공감이 안 간다. 재미가 없다. 지루하다. 작화와 OST만 예쁘다.  모습은 다양하지만 그들 모두 작품에 대한 스토리'를 혹평의 이유로 꼽는다. 분명히 작화는 아름답지만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화면은 누군가에게는 화면이 너무 예뻐서 빠져들게 된다.(yshs****, 네이버, 언어의 정원)라고 생각하게 하지만, 누군가에겐 예쁜 똥을 싸질러놓은(real****, 네이버, 언어의 정원)' 느낌이 들게 한다.


한국의 젊은 문화 향유 계층, 그들의 기호에 대해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영화가 누군가에게는 이렇게까지 재미없는 이유가 뭘까? 이 이유는 네이버 웹툰의 상위권 작품을 보면 알 수 있다.

한국 웹툰 시장에는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 바로 그림만 예쁜 웹툰은 높은 순위까지 올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네이버 웹툰의 요일별 웹툰 순위는 조회수로 기록이 되는데, 고순위 웹툰들을 살펴보면 그림이 경이로울 정도로 아름다운 웹툰은 찾아보기 힘들다. 댓글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림이 얼마나 아름다운지에 대한 얘기보다 스토리 전개에 대한 댓글이 주를 이룬다. 그림에 대한 지적은 작가의 인체 묘사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정도가 아니라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한국의 문화 향유 계층(10대, 20대)에게 감흥을 주는 가장 큰 요소는 스토리이다. 아름답기만 한 것에는 감동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고, 이들은 시각적인 자극뿐인 작품보다는 당연히 시각적인 아름다움과 스토리 모두를 잡은 작품을 찾는다.

 


한국 인기 웹툰의 이유 있는 흥행: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은 왜 공감되지 않는 걸까?

그럼 한국의 문화 향유 계층이 원하는 스토리란 무엇일까? 
  

여기엔 공감성이 주를 이룬다. 이 공감성은 소재와 분위기에 의해 결정된다. 네이버 웹툰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품들은 대체로 학원물'인데, 이들은 한국 학생들의 실질적인 고민(진학, 대인관계, 외모, 이성친구, 부모•선생 등 어른들과의 갈등 등) 전반을 다룬다. 한국 학생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담아내 최상위권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네이버 웹툰 연애혁명”(2013~)의 경우, 실제 학생들이 겪고 있는 공부, 학교폭력, 소문에 의한 갈등 등도 다룬다. 분위기의 완급 조절도 훌륭하다. 소위 드립이라 불리는, 유행언어와 짤방들은 진로나 대인관계 등 고민이 많은 상황에서도 일상의 즐거움을 잃지 않는 학생들의 모습을 대변하기도 한다. 이는 현재의 20대가 학생이었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이기에 현재의 20대도 공감이 가능한 이야기이다. 

 

  

(공감문화로서 드립과 짤방)


  신카이 마코토의 학원물(교복입은 학생들이 주인공인 애니메이션)은 어떨까? 대체로 너의 이름은. 전의 신카이 마코토 작품들의 경우, 격정적인 장면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평이한 분위기이다. 중반까지는 잠이 솔솔 올 만한 잔잔하고 아름다운 작화와 ost가 주를 이루는 한편, 이야기들은 학생들의 흔한 이야기인 수험조차 다루지 않는다. 여학생과 남학생의 애정을 다룬 초속 5센티미터도 이러한 비판은 피해갈 수 없다. 문학적이고 아름다운 말과 편지라는 소재는 학생들의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차이들이 공감이 안 간다는 평을 낳은 것이다. 

  



  이렇게 어딘가 몽롱한 과거의 작품들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별을 쫓는 아이부터였는데, 이후의 언어의 정원에서는 구두를 만드는 남성 청소년 캐릭터를 통해 이전 공감의 문제를 개선하려는 듯 보였지만, 역시 감정적인 후반부 이전 무거운 분위기 탓에 작화는 실사에 가깝게 경이롭지만, 평이하고 다소 이입 안 되는 스토리가 밋밋하다. 러닝타임이 짧은게 차라리 장점인 듯.(kejs****, 언어의 정원, 네이버)이라는 평을 받았다. 실제 학생들의 삶은 물론 고단하지만,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처럼 다분히 무겁거나 문학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볼만한 콘텐츠의 부재를 파고든 "너의 이름은." 


그리고 이러한 단점이 개선된 작품이 바로 너의 이름은.이다. 전작들과 달리 너의 이름은.은 주인공들의 학교생활, 아르바이트, 짝사랑 등 일상적이지만 현실적인 모습을 다루고 있다. 몸이 바뀐 서로가 각자의 장점으로 소소한 갈등을 해결하고 이를 통해 관계가 깊어지는 한편, 여자주인공과 남자주인공의 친구들, 여자주인공의 여동생, 남자주인공이 짝사랑하는 상대 등 주인공의 주변인물'도 전작들에 비해 다양해지고, 그들 자신의 캐릭터성을 한층 부각한다. 이전 작품들에 비해 한층 밝아진 작품 내 분위기가 좀 더 공감이 간다. 이러한 다양한 요소들이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결말까지 관객을 이끌어 간다. 결과적으로, 이른바 호불호가 갈리는 전작들과 달리 너의 이름은.은 일반 대중에게도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공감되는 작품'이 인기가 있다는 사실은 당연하게 다가오면서도, 한편으로 문화 향유 계층이 그들 자신에게만 관심이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새롭기 그지없는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 세계에 대해 그들이 구태여 관심과 호기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호기심이 없는 세대. 이 점에 대해서는 충분히 우려할 만 하지만, 그들이 오직 재미만을 좇게 된 것은 한편으로 현 문화 향유 계층, 그 중에서도 10대를 대변하는 컨텐츠가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2000년대 후반과 2010년대 초반, 학생들은 모두 꽃보다 남자”(2009)드림하이”(2011), “드림하이2”(2012)와 같은 드라마를 보고 이야기 꽃을 피웠다. 허구성이 명백한 작품이지만 그 안에 학생들이 관심을 갖고 공감할만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작품들은 시대를 타고 분명히 유행으로 번졌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모든 청소년들이 열광하는 작품'은 거의 없다. 유행이라고 해 봤자 그 바람은 예전과 같이 크지 않다. 이것은 과거와 달리 개인의 취향에 맞는 컨텐츠들이 쏟아지는 동시에, 그 안에서 모든 청소년을 아우르는 정서를 지닌 작품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네이버 웹툰은 대학생들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치즈인더트랩”(2010~2017)의 성공 이후, 몇 년 후 캠퍼스 내의 여성혐오와 로맨스를 이야기하는 내 ID는 강남미인”(2016~2017)의 대성공을 거치며 현재 수많은 캠퍼스 웹툰을 독자에게 선보이기 시작했다. 과거 중, 고등학생들이었던 타겟층을 성인으로 변화시킨 것이다. 최근의 학원물 작품 또한 과거 연애혁명이나 패션왕등과 비교했을 때 독자층과 주고받는 영향력이 작다. 청소년들의 유머, 그리 모범적이는 않은, 그러나 리얼한 청소년들의 생활을 그리는 웹툰은 이제 나오기 힘들지도 모른다. 


     


이러한 맥락에서 봤을 때 너의 이름은.의 성공은 커다란 의의를 가진다. 한국의 대중문화라 할 수 있는 아이돌, 영화, 드라마, 도서 중 그 어느 것도 젊은 세대 전체가 열광하는 작품은 많지 않은데, 심지어 오타쿠 문화인 애니메이션이 그들에게 커다란 공감을 느끼게 했기 때문이다.

  “
너의 이름은.은 전작들의 무거운 분위기에서 벗어나 웃을 수 있는 가벼운 분위기로 전반부를그렸다. 이는 아르바이트, 좋아하는 이성에 대한 고군분투 등 청소년 층이 쉽사리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통해 나타난다. 결국 기존의 신카이 마코토가 추구하는 인연이라는 소재를 신카이 마코토의 방식대로 표현하는 후반부까지 관객을 지루하지 않게 데려가는 힘을 가진다. 이른바 전작에는 없던 융통성이 생겼다고나 할까? 그리고 이것은 곧 신카이 마코토라는 감독의 아직 끝나지 않은 잠재력을 기대하게 한다. 또 한 번 학생들의 이야기를 그릴까. 이번엔 어떤 소재를 통해 인연에 대해 이야기 할까. 그의 작품은 또 한 번 수많은 젊은이들의 마음을 두드릴까., 라는 많은 물음의 형태로.

(진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