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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신카이 마코토와 서브컬처

왜 신카이 마코토는 '빛의 마술사'로 불리우는가?

신카이 마코토는 대중성과 예술성 모두를 획득한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는 그가 오늘날 활동했기에 받을 수 있었던 것으로 만약 80년대에 데뷔했다면 그는 이름 없는 감독으로 사라졌을 가능성이 높다. 80년대에 일본에서 성공한 애니매이션들은 스토리에 큰 비중을 두었다. 예를 들어 건담, 에반게리온, 지브리 스튜디오 작품 등은 대서사시적인 스토리가 중심이 되었다. 신카이 마코토가 중요하게 여기는 음악, 배경의 작화는 당시 작품에서는 보조적인 역할 밖에 담당하지 않았다. 이 글에서는 애니메이션과 미술의 역사를 참고삼아 이전 작품과는 다른 신카이 마코토의 특징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20세기와 21세기의 일본 애니메이션의 차이


20세기의 일본 애니메이션의 경우 스토리나 뛰어난 개연성과 숨겨진 메시지나 교훈을 주는 것이 특징인 작품들이 많다. 특히 일본 애니메이션계는 지속적으로 발전하면서 서브컬쳐의 영역을 넘어 팝컬쳐으로의 도약에 성공했다. 허나 이러한 발전 끝에 애니메이션 제작사의 수가 급증하였고 애니메이션 시장의 자본도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작품의 수도 늘어나 애니메이션 장이 포화상태에 이르고 만다. 이러한 이유로 과거에 큰 인기를 누리던 지브리 스튜디오도 2000년대 이후 게드전기, 가구야공주 이야기 등을 출품했으나 흥행에 실패한다. 이는 곧 기존의 강점인 대서사시적인 스토리뿐만 아니라 또 다른 강점을 지닌 애니메이션을 시장이 필요로 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카이 마코토가 성공할 수 있는 이유


바로 이런 때에 여타 애니메이션이 보여주지 못했던 "빛의 마법"을 구사하는 신카이 마코토가 데뷔하게 된다. 그는 첫 작품이었던 별의 목소리부터 줄곧 빛의 사용을 중점적으로 삼아 뛰어난 배경작화를 선보였다. 그러나 상업적인 히트작이 있다고는 말하기 어려웠다. 또한 일본 애니메이션의 기본적인 덕목인 스토리성과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평단의 평가도 있었다. 그는 이후에 자신의 단점이었던 개연성 부족으로 인해 이루지 못한 상업적 성공이라는 목표를 자신의 장점으로 성취하려고 했다. 이후, 언어의 정원이후로 신카이 마코토의 인상주의적색채가 짙어진다. 일상의 장소에서 일어나는 두 사람의 일상을 빛을 활용하여 표현하는 작품들은 인상주의 작품들의 그것과 상당히 유사하다. 이러한 인상주의적인 신카이 감독은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니즈를 충족하며 역사에 기록될 만큼의 성공작인 너의 이름은을 탄생시킨다.


 

인상주의의 역사와 비슷한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


이러한 신카이 마코토의 궤적은 인상주의가 서구 미술사에서 처음 등장했던 때를 연상시킨다


인상주의야말로 서구 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예술활동 중 하나였는데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은 인상주의가 무엇을 표현하려고 했는지 어렴풋이 알 수 있다. ‘풀밭 위의 점심은 제목 그대로의 풀밭 위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있는 남녀를 그린 작품이다. 당시 이 작품은 엄청난 혹평을 받으며 전시회에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감상객들이 우산으로 이 작품을 찢으려고 하자 우산이 닿지 못하게 다른 작품보다 더 높은 곳에 전시했다고 한다. 이렇게 이 작품이 혹평을 받은 이유는 단순했다. 신화에 나오는 신이나 프랑스 대혁명과 같은 역사적인 사건의 현장 등의 의미있는 것을 그린 것이 아니라 일상을 묘사했다는 점과 당시의 다른 작품과 다르게 이 작품에서는 빛이 그림에서 중요하게 작용되었다는 점이다. 작품을 보면 작품의 다른 곳은 모두 어두침침하지만 그림 중앙에 앉아있는 여인만 밝게 비춰져 그려졌다는 점이다. 이러한 특징들은 당시에 획기적이었으며 이후 수십 년 동안 인상주의의 유행을 이끌었다. 이러한 미술사의 특징, 특히 인상주의의 특징들은 현재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들과 비슷하다.



<풀밭 위의 점심> - 에두아르 마네 1863년작

(이 작품의 탄생으로 인상주의의 시작되었다.)


 

재패니메이션의 흐름과 시대를 타고난 신카이 감독


80~90년대 미야자키 하야오와 에반게리온이 등장하면서 작가주의, , 좋은 스토리와 작품 속의 메시지의 필요성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때,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신세계 에반게리온등의 소위 고전 명작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재의 애니메이션 시장은 작가주의적인 작품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2000년대 들어서 작품성이 떨어지더라도 상업성이 좋은 작품들을 찍기 위한 애니메이션 회사와 작품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시장이 포화상태가 되었고 기존의 장점이었던 스토리와 메시지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며 새로운 강점을 가진 애니메이션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때 등장한 감독이 바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성공은 그의 장점인 뛰어난 배경묘사와 음악의 사용에 있었다. 허나 20세기의 애니메이션에서 배경묘사와 음악의 사용은 그들의 뛰어난 스토리와 특유의 감정선을 뒷받침해주는 보조적인 역할로밖에 이용되지 못했다. 그러므로 만약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20세기에, 특히 작가주의가 팽배했던 90년대에 데뷔를 했더라면 아마 쓰디쓴 실패를 맛봐야 했을 것이다.


 

빛의 마술사마코토가 마술을 부리는 이유


빛의 마술사라 불리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은 정말 작화가 수려한 작품들이 많다. 빛의 마술사답게 빛을 이용한 장면들의 묘사는 실제 사진들의 생생함과 아름다움을 능가한다. 그림 속에서는 해가 한 개로 표현하지만 실제로는 광원을 여러 개 두고 비교해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장면을 선택해 사용하는 방법을 쓰기도 하며 구름을 그릴 때의 경우 감독이 일일이 검수하여 리테이크률이 70%가 넘는다고 본인이 직접 밝히기도 했다. 이런 엄청난 노력으로 완성된 애니메이션은 신카이 감독만의 특색이 되었다. 이제 특색있는 감독이 아닌 재패니메이션의 현재이자 미래로 평가받고 있는 신카이 감독의 도약이 기대된다.


(글바리, 임태진)